“‘물 위의 작은 별’, 멸종위기종 2급 ‘어리연꽃’의 귀환”
― 서식 조건 맞춤형 생태 복원의 모범 사례 ―

물 위에 반짝반짝 하이얀 별이 되어 피어난 작은 꽃.
그 이름은 ‘어리연꽃’이다. 꽃잎이 어리어리하다고, 어리고 연약하다고, 수련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 그러나 그 생명력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충남 당진의 합덕제는 조선시대의 수리 유산이자 오늘날 생명의 보고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작고 하얀 꽃잎을 가진 어리연꽃은 마치 ‘물 위에 핀 별’처럼 수면 위를 수놓으며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어리연꽃은 이름이 연꽃이지만 연이나 수련처럼 수련과가 아닌 조름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지름 1~1.5cm 크기의 하얀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인데 수술을 먼저 내보내고 암술을 나중에 발달하도록 하여 자가수분을 막는 전략가이기도 하다. 깨끗하고 얕은 물, 유속이 빠르지 않은 물에서만 자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가 건강한 수생 생태계를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로 오랜 세월 활용되어 온 합덕제에 자연 자생하는 어리연꽃 군락이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당진시는 2022년부터 합덕제 일대의 생물다양성 조사와 수질 관리를 강화해 왔다. 2022년 조사 당시 40여 개체에 불과했던 어리연은 2025년 6월 기준 약 700개체 이상의 안정된 군락지로 확장되었다. 이는 충남 내 내륙 저수지 중 드물게 확인되는 수준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어리연꽃을 포함해 금개구리, 수달, 가물치, 너구리, 고라니, 물총새, 큰고니 등 다양한 생물들이 관찰되며 생태계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리연꽃이 군락을 이루면, 수면 위에서 곤충과 개구리의 서식처가 되고, 그 아래로는 물고기와 무척추동물들의 은신처가 된다. 수달과 물새들도 이 주변을 자주 오가는 것이 확인되며, 생태적 연결망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작고 평화로운 생태계는 이제 어린이들의 자연교실이 되고, 어르신들의 기억을 일깨우는 풍경이 되고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어리연꽃의 자생은 단지 식물 하나만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라며 “앞으로도 합덕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금 바로 조선시대 수리시설이자 현대의 생태 명소로 거듭난 합덕제를 찾아 물 위의 작은 꽃,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어리연꽃이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직접 만나보는 건 어떨까?
이 순간 물 위의 작은 별들이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