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걷기 좋은 길, 버그내 순례길
한적한 길에서 즐기는
당진 속 언택트 여행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걷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네요.
한적한 길에서 즐기는 도보여행은 언택트 시대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요. 당진에도 그러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명품길이 있어 소개합니다.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로 이어지는 버그네순례길로 하늘이 맑았던 날의 가을 풍경을 전합니다.

성지순례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인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종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는 종교적인 인물 때문에 신성시되는 장소를 참배하러 가는 여행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역사적 고찰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걷기 여정으로 많이 찾게 되네요.

 
 

당진의 성지순례길은 원머리성지에서 황무실성지까지 약 35.8km에 이릅니다. 하루에 다 걷기에는 버거운 일정, 하여 보통은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13.3KM의 버그네 순례길로 대표되곤 합니다. 보통은 2-3 시간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주요 기점이 되고 있던 성지까지 모두 둘러본다면 5시간은 족히 걸리게 됩니다.

솔뫼성지 - 합덕 버스터미널 - 합덕성당 - 합덕제 -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우물 - 무명 순교자의 묘 - 신리성지
13.3km 4시간 30분 코스

 

이른 아침 솔뫼성지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걷기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직은 찾아온 이가 없던 솔뫼성지부터 둘러봅니다. 솔뫼란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는 순우리말로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입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잔디광장과 소나무 숲길 따라 12제자 조각상이 있는 야외 공연장을 시작으로 성당과 김대건 신부 생가터가 이어지네요. 가볍게 둘러본 후에는 여름 신록을 뒤로한 채 서서히 황금들판으로 바뀌어가는 농지길로 순례길을 이어갑니다.

 
 
 
 

​버그네 순례길은 가을 풍경을 만나게 되는 들판, 마을 길과 함께 약간의 도로 길이 교차합니다.
차도는 최대한 배제한 채 한적한 길로 우회하게 됩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보다는 도보여행 본연의 의미가 살아있습니다.
솔뫼성지 길을 벗어나 첫 번째 기착지는 합덕 버스터미널입니다.

솔뫼성지에서 합덕성당에 이르는 5.8km 제법 긴 코스의 길 안내처인 중간 기착지였습니다.
잠시 번화했던 길은 얼마 되지 않아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즐기는 작은 마을길로 이어지네요

 
 

너무도 예쁘고 고요했던 마을을 지나 찻길이 나타날 즈음 버그네 순례길의 2번째 성지인 합덕성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솔 숲 사이로 그림 같은 풍경이 완성된 합덕 상당은 1929년 건축된 고딕 양식의 천주교 성당으로 충청남도 기념물 제145호입니다.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던 성당과 그 엽편의 사제관 등은 다음 코스인 합덕제와 더불어 걷기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었습니다.

 
 
 
 
 

버그네 순례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마을을 한 번 더 우회하면 당진의 연꽃 명소인 합덕제로 제방을 따라 크게 돌아나가게됩니다.
신라 말기에 견훤이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는 방죽으로 개수할 때 그 기록을 적어 둔 8기의 중수비가 남아있습니다.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넓은 규모의 저수지에는 이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연꽃이 아주 드문드문 보이고 그 사이로 이름 모를 수생식물이 보라색 꽃을 피웠습니다

 
 
 
 

잠시 연꽃 감상을 즐긴 후 제방을 따라서 원시장 원시보 생가터로 향합니다.
파란 하늘과 오래간만의 햇살이 좋았던 날 바람까지 간간이 불어주니 걷기 여정이 더욱 행복해집니다.

 
 
 
 

합덕제에서 원시장 원시보 생가터까지는 한적했던 길이 더욱 고요해집니다. 스치는 사람도 거의 없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푸른 하늘과 벼가 영글어가는 너른 벌판뿐 간간이 스쳐가는 마을이 너무도 반갑게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쉼터도 조성되었고 걸어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잘 되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도착한 3번째 성지는 원시장 원시보 우물터입니다.
역사상 최초의 경당이 있었던 성동리의 가장 오래된 샘이 있었던 곳으로 수백 년 동안 지역민들의 생명수이자 천주 교인들이 신앙을 고백했었다고 합니다. 이곳 출신인 원시장 베드로와 원시보는 사촌지간으로 함께 입교하였고 체포된 뒤에도 천주 신앙을 끝까지 고백하다 감옥에서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었던 순교자의 숭고한 전신을 기린 후 다시금 신리성지 방향으로 길을 잡아 걷기 여정을 이어갑니다. 다음 목적지는 무명 순교자의 묘입니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완만한 언덕길을 통고하여 한 번 더 길을 꺾어 들어가니 S자로 굽은 오솔길 옆으로 순교자의 묘역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읊으며 한 번 더 경건해진 마음으로 언덕 너머의 묘역으로 향합니다. 일편단심을 의미하는 배롱나무 아래로 큰 십자가가 조성되어고 야산 언덕 풀숲 사이로 작은 십자가로 구분된 수십기의 묘가 이어집니다. 목이 없는 시신이라는 설명에 갖은 핍박 속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을 당시의 모습이 떠오르며 비종교인이었음에도 마음이 절로 숙연해집니다
 
 
 
 

무명 순교자의 묘역을 지나 마지막 신리성지로 향합니다. 약 2.4km 길지 않은 길이었지만 이른 아침부터의 강행으로 지친 다리는 함없이 무거워지고 너무도 멀게 느껴집니다. 하여 이 구간에서는 걷기의 즐거움보다는 종착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잠깐 인간의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신리성지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신리성지는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차하던 곳으로 솔뫼성지와 더불어 우리나라 천주교사의 중요한 성지였습니다. 넓은 잔디 벌판 사이로 명상하기에 딱 좋을 것 같던 조형물과 이국적 풍경의 다블뤼주교 유적지가 이어집니다. 솔뫼성지에서 출발하여 신리성지까지 버그네순례길은 13.3km 3-4시간 코스입니다. 워낙 볼거리가 다양한 만큼 걷기에 따라서는 5시간까지 걸리게 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 즐기는 도보여행은 나만의 여유를 찾게 되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버그네 순례길 출발지 : 당진시 솔뫼로 132 솔뫼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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