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 북 콘서트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일상 속 즐거움,
찾아가는 콘서트!

 

당진시립도서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작은 도서관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관내 5개 작은 도서관에서 ‘2020 찾아가는 우리동네 북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 ‘작은 도서관 밤마실 북콘서트’의 뜨거운 성원과 개최 요구에 힘입어 올해도 찾아가는 우리동네 북콘서트를 개최하며 평소 만나고 싶었던 작가와의 소통 기회를 제공하고 책과 음악을 접목해 보다 쉽고 흥미롭게 시민들에게 찾아가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오늘은 정유정 작가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북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삼선산 숲속 도서관 피크닉장으로 향했습니다.
 
 
 

북 콘서트 시작에 앞서 당진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선물’ 사업과 연계해 고즈넉한 숲속 작은 도서관과 어울리는 사전 공연도 함께 열렸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 햇살이 머무는 삼선산 자락에 모여 앉아 혼성 듀엣이 부르는 'Time To Say Good bye', 'Nella Fantasia'를 들으며 무르익어 가는 가을빛에 취해봅니다.
이어지는 라흠수 색소포니스트의 감성적인 색소폰 연주 '사랑의 인사'를 들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소원했던 가을 감성이 모락모락 피어나 붉게 물든 가을 단풍처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몇 해 전 우연히 아이들 책상에 있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정유정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요. 정유정 작가는 특이하게도 간호대학을 졸업한 간호사 출신으로, 문학이나 문예 창작을 전공하지 않고 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이었지만 어머니의 강권으로 간호대학을 들어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0대를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보냈다고 합니다.
결혼할 때 남편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겠다는 약속을 받고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습작을 시작하며, 6년 정도 글을 쓰면서 수십 번 등단에 도전한 이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세계일보에서 1회 세계 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청소년 작가로 등단합니다. 이후 작가의 성향에 맞는 스릴러를 쓰고 싶어 '내 심장을 쏴라'로 다시 등단하며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작가가 쓰고 싶어 하던 성향의 소설 쓰기에 매달리며 굵직한 작품을 발표하는데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이 연달아 히트해 문학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정유정 작가가 작가를 꿈꾸게 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2번의 사건을 겪으면서 였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쯤 할머니와 5일장에 들어온 천막 서커스 구경을 가서 서커스 배우들이 연기하는 놀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흥부놀부전'을 관람하고 난 후였다고 합니다. 전라도 함평 시골에 살다 보니 당시에는 tv도 귀하고, 마을에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도 없었는데 서커스 구경 갔다 만난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 대사 하나까지 다 외워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오자마자 마을 친구들을 모두 불러놓고 서커스 배우 흉내를 내며 이야기를 해 동네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책장에 있던 먼지 가득 쌓인 세계명작 동화를 읽고 각색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학교 도서관에 쌓여있던 책들도 섭렵하며 글쓰기 실력이 늘어 글쓰기 대회 상을 휩쓸며 막연하지만 작가를 꿈꿨다고 합니다.
 

2번째 계기는 중학교 시절 광주 하숙집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는 과정에서 였다고 합니다. 하숙집 주인 부부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청으로 투쟁하러 나가며 하숙집에 남아있는 중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불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솜 이불로 창문을 막고 떠났다고 합니다. 작가는 하숙집에서 밤새도록 헬기에서 기총소사 하는 소리를 들으며 하숙집 식구들 걱정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는데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광주 외곽에서부터 들리는 총소리에 총에 맞아서 죽는 하숙집 아줌마, 아저씨,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겹치고, 상상이 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잠들고 싶어 대학생 오빠 방 책장에서 가장 난해해 보이는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한 책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였다고 합니다. 6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잠들 줄 알았던 책은 밤새도록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고 하네요. 작가는 인디언 추장이 정신병원 유리창을 깨고 새벽동이 터오는 들판으로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가슴에서 뜨거운 용암 같은 것이 부글부글 끓어 목까지 올라와 걸리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를 몰라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솜 이불을 걷어내고 창문을 열었을 땐 저 멀리서부터 새파랗게 동이 터 왔는데요. 그때 총소리가 그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총소리가 그쳤다는 건 시민군이 다 진압되어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밤새 읽은 책 내용이 오버랩 되며 오열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이때 나도 '켄 키지'처럼 책을 읽고 전율해 오열을 터트릴 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유정 작가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작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여성 팬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제 이름도 작가님과 같은 유정이고 작가님처럼 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했는데 작가님도 간호대를 나와 간호사로 일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해 다독을 하는 편입니다. 다독을 하다 보니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 추천도 받고 싶습니다. 책 읽기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글쓰기도 도전해 작품도 쓰는데 어느 때에는 책 읽기도 글쓰기도 전혀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르신들이 가끔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소설 몇 권은 나올 텐데'라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소설이 있는 거고 세상에 이야기는 너무 많아요. 직업적으로 글 쓰실 게 아니고 소중하게 내 인생을 힐링하고 나를 새롭게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거라면 본인이 느껴질 때 쓰시면 돼요. 하지만 직업적인 작가로 글을 쓰실 거면 학생이 공부하듯이 해야 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한 권, 두 권 오늘은 여기까지 읽기 전에는 나 안 잘 거야 이런 식으로 규정짓지 마세요. 저도 소설가지만 소설보다 과학서를 더 많이 읽는 편이에요.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는 소설가면서 왜 과학서를 더 많이 읽을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기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 읽으면 되는 거고, 내가 과학서 좋아하니까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되는 것 같아요."

 

주위에 보면 거창하지는 않아도 적은 분량의 수필이라도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모여서 글쓰기도 하며 공부도 하고 싶어 하는데 가정주부들이라 제약이 많은 것을 봅니다. 자녀는 둘째치고 남편으로부터 제재를 많이 받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정유정 작가에게 비교적 작품 활동을 자유롭게 하시는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남동생 친구와 결혼해서 남편이 웬만하면 말을 잘 들어줘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6년 동안 11번 공모전에서 떨어지는 동안 남편이 고시공부하는 학생 뒷바라지하듯이 그렇게 뒷바라지를 해 줬어요. 그래서 다른 작가 남편들도 다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주부들과 50대 이상의 남성분들이 등단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시간 날 때마다 혹은 시간이 안 날 때는 머릿속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글감도 상상해 보고 시간이 날 때 또는 모두 다 잠들었을 때 하루에 몇 장이라도 꾸준히 쓰시는 게 중요합니다. 얼마나 많이 썼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오늘 한 자라도 썼다가 중요합니다. 굉장히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어느 작가가 하루 8시간 일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했냐면 문장 사이 쉼표 하나 찍고, 저녁에 쉼표를 지우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작품 활동이 다 그런 거라고 합니다. 작가들도 그러는데 하물며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분들은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겠어요
그래서 내가 잘 써지지 않는다고 자기를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글을 쓰고 싶으면 써야 되는 거고 그걸 잘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숲속 도서관 피크닉장에는 아직도 작가와의 만남의 열기가 가득하데요. 차가워진 바람결에 은은한 국화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며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알리네요. 가을 서리에도 불변하며 고고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국화의 모습이 문득 작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의 싸인이 들어간 책도 선물로 받고, 준비해 간 책에 싸인도 받은 후 작가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오늘 정유정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이야기하며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도 살짝 떼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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