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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에서 만나는 심훈의 "상록수와 그날이 오면"
여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떠나본 가을의 필경사!

 

필경사에서 만나는 심훈의 『상록수와 그날이 오면』

가을의 소리가 들립니다. 태풍이 지나간 간밤의 긴장감은 간데없고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네요.
코로나 확산 방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하지만 조금의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자 당진의 필경사로 떠나봅니다.
잠시 '휴' 상태여서 사실상 자유로운 시간들이 있지만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는 그마저도 자유롭지 않네요.

 
 

필경사에는 인적이 없고 다만 심훈의 상록수를 기리는 조형물들이 반겨주었습니다.
심훈기념관은 잠시 휴관 상태여서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습니다.
마당에 피어있는 백일홍과 천일홍 등 예쁜 꽃들이 있고 초록 잔디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필경사 뒤로 우거져 있는 나무들이 꽃들과 함께 일상에 지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필경사는 심훈(1901~1936) 선생이 1932년 서울에서 그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당진 부곡리로 내려와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34년에 직접 설계하여 지은 집으로, 우리나라 농촌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가 집필된 곳이지요.
 

택호 '필경사'는 1930년 발표한 심훈의 시 「필경(筆耕)」에서 비롯한 것으로, 조선인들의 마음을 붓으로 논밭 일구듯 표현하고자 하는 심훈의 의지를 담아 '원고지에 농사짓는 집'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필경(筆耕)〉
우리의 붓끝은 날마다 흰 종이 위를 갈[耕]며 나간다.
한 자루의 붓 그것은 우리의 쟁기요, 유일(唯一)한 연장이다.
거칠은 산(山)기슭에 한 이랑[畝]의 화전(火田)을 일려면
돌뿌리와 나무 등걸에 호미 끝이 부러지듯이
아아 우리의 꿋꿋한 붓대가 몇 번이나 꺾였었던고?
[이하 생략]

 

필경사는 심훈이 충청남도 당진으로 내려와 작품 창작에 전념하던 중에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 일대에서 농촌 계몽 운동에 헌신하고 있던 맏조카 심재영과 경기도 수원군 반월면 샘골에서 농촌 교육에 헌신하다 과로로 숨진 최용신을 모델로 하여 쓴 일제 강점기 농촌 계몽 소설의 대표작 『상록수』를 탈고한 심훈 문학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는 곳입니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이 말하는 상록수 4종을 찾아보았습니다.
소나무, 전나무, 사철나무, 향나무입니다. 필경사내에서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가 있네요.

 
 

조형물의 그림자 모양대로 잔디를 가꾸어 놓았습니다. 물론 이 시간 해님의 그림자는 달랐지만 아름다웠습니다.
몇 번을 방문하였었지만 이제야 자세히 보았네요. 가꾸는 그 손길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날, 쇠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오라
 
 

TV 프로그램에서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를 소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C. M. 바우라 교수의 저서 『시와 정치』에서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두고
"심훈의 시는 세계 저항시의 본보기"라고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바우라교수의 저서 『시와 정치』 중에서 심훈의 시에 대하여 나온 내용 중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일본의 한국 통치는 잔인 가혹하리만큼 효과적이었는데 그럼에도 민족의 시를 압살할 수 없었고,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때문에 오히려 한국 시는 전성시대에 필적할 만한 부활을 볼 수가 있었다. 1919년에 문학가와 지식인이 선포한 독립선언이 실현되기까지에는 25년 이상의 세월이 흘려야 했지만 시인들은 결코 희망을 단념 않고 투옥과 고문과 죽음의 중압을 견뎌내며 민족의 얼을 지키는 데 힘썼다. 그들이 어느 만큼의 위난에 직면했었는가는 심훈의 한 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살아서 희망의 실현을 볼 수 없었으나, 그 실현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이하 생략-

 
 

민족의식과 계급적 저항의식을 지닌 소설가인 심훈은 시인이고 영화인으로 필경사에서 농촌계몽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로 사실주의에 근거한 농민문학의 장르를 여는데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이곳 필경사에는 경기도 안성에서 이장한 심훈의 묘소가 있습니다. 며칠 후인 9월 17일 오전 10시에 제84주기 심훈 선생 추모제가 있을 예정입니다. 가을의 아름다운 날에 찾아온 필경사에서 심훈 선생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며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복잡한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 필경사에서의 가을 날이었습니다.


당진필경사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97 심훈상록수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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