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에서 당진의 토종작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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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04-09 조회 : 422
"우리 씨앗을 지키는 당찬 당진 도시농업 수강생들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만물이 꿈틀꿈틀 소생하는 계절.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씨앗들도 봄기운에 모락모락 계절을 다투며 예쁘게 돋아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농업이 도시를 만나면서 그동안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이젠 먹거리는 물론 건강과 환경개선 및 교육이나 공동체 회복 등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으로 도시농업 전문가 교육 과정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당진에서도 도시농업전문가 2기 양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 농업기술센터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홍성씨앗도서관 금창영 대표의 봄 작물 재배방법과 전국씨앗도서관 협의회 박영재 대표의 당진의 토종씨앗에 대해 강의해 주신다고 하네요.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에는 서점에서 구매하거나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 되는데요. 씨앗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일까요?

​1. 씨앗 도서관에서는 우리나라 토종씨앗이나 모종을 수집하여 분양함으로써 토종작물을 확대하고, 유기농법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사를 달성하고자 하는 커뮤니티라고 하네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면 책을 다시 반납하는 것처럼 씨앗 도서관에서 다섯 알 가져가면 농사를 져서 다섯 알을 반납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2. 지구상에 식물이 존재하면서 사람의 손에 의해서 재배되는 작물에는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씨앗 안에 유전정보로 고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지구환경의 모든 역사 또한 씨앗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씨앗만큼 훌륭한 책이 없습니다. 곧 '씨앗이 바로 책이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씨앗 도서관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수업은 홍성씨앗도서관 금창영 대표의 흥미진진한 봄 작물 재배법 강의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옛 선조들은 개나리가 노랗게 필 때면 감자를 심고, 찔레꽃이 피면 벼를 파종하고, 올콩은 감꽃 필 때 심었다고 하네요. 고추는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심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189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100가지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25가지 음식으로 밥상을 차린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절대빈곤으로 인해 다수확 증산 운동으로 씨앗의 다양성이 철저히 무시하고, 수확량 좋고 때깔 좋은 것으로 획일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종자회사에서 공급되는 일방적인 종자로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생산량 증대를 위해 도입된 GMO와 제초제로 생태계도 급격히 무너져버렸습니다.

 

선조들은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고 했을 정도로 씨를 지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오셨는데요. 지금도 일 년에 70%의 농민들이 농사를 져서 1000만 원을 못 번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이유는 작물하고 인간이 손잡고 후세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일을 하는 것이 천직이라 믿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중에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돌아가시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소중한 토종씨앗들이 사라져버릴게 불을 보듯 뻔하겠지요.

다행히 도시농업을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토종자원을 수집하고 증식해 영구히 보존해 후손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서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대표 박영재 대표의 당진의 토종씨앗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박영재 대표는 작년에 정미면, 대호지면, 면천면 3개면의 총 54농가에서 식량작물 86점, 채소작물 34점, 특용작물 29점, 화훼작물 3점, 과수작물 2점등 총 156점의 토종씨앗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당진지역만의 특이 작물인 약파, 백고구마, 옛날 호박고구마, 파란 서리태, 배틀콩, 참팥등을 찾아낸 것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성과였다고 합니다.

 

토종종자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농산물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수강생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Q: 토종작물은 5년이든 10년이든 유전자 변이 없이 작물을 해마다 수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A: 종자회사에서 나오는 씨앗들은 F1 종자라고 합니다. F1 종자는 멘델의 유전법칙인 잡종강세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종자입니다. 교잡을 시켜서 훨씬 더 활력 있게 만들어진 것이죠. 청양고추가 대표적인데 종자회사의 씨앗을 심어서 청양고추를 수확합니다. 그 수확물에서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청양고추가 1/4 정도 나옵니다. 그 씨를 받아서 또 심으면 청양고추가 1/9 나온다. 대를 이어 갈수록 잡종강세가 세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양고추를 정상적으로 생산하려면 종자를 사서 심어야 합니다. 하지만 토종은 농부에 의해서 계속 선발되어 왔기에 씨앗을 받아 심어도 그 형질 그대로 이어집니다. 순수하게 순계를 보존해서 심으면 계속 씨앗을 받아서 심을 수 있는 것을 토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유기농 인증은 있지만 유기종자 인증은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유기농 인증에 반드시 포함되고 있는 것이 유기종자 인증입니다. 지속적으로 씨앗을 받아서 심을 수 있는 것에만 유기농 인증을 해줍니다. 그것을 토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조항이 있지만 없으면 사서 심어도 된다는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토종종자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유기농 인증도 종자 자체도 유기종자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뀔 것입니다.

 

당진 농업인들의 고령화로 토종종자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작년부터 당진의 토종씨앗을 발굴·조사하는 사업을 한국 마스터가드너 협회 당진지부 회원을 중심으로 희망자를 모집해 이번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박영재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장을 주축으로 토종씨앗을 발굴이 가능한 가구를 선정한 뒤, 직접 토종씨앗 보존 농가에 방문해 농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사를 하고 조사된 종자를 DB화하고, 수집된 씨앗 채종포 운영을 통해 토종종자를 증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도시농업 전문가 교육과정에 수집한 토종종자를 텃밭에 심고 재배해 음식을 만들어 맛도 보고, 채종해 원하는 농가에 토종씨앗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요즘 서훈 농원 김선주 대표는 봄바람 난 아가씨처럼 마음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다고 합니다.
토종씨앗 조사할 때 받은 토종 육쪽마늘을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씨앗과 구분하려 밭에 따로 심었는데 잘 자라 주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조사 때 받아온 토종 돼지파(염교)도 심었는데 중국산보다 알이 작지만 장아찌로 담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하네요.

​"파랑새는 우리 집 안에 있었어요. 찾아 헤매던 약파 (종주파)를 심어 놓고 겨우내 잘 먹었어요. 일반 대파는 질기고 두껍고 맛이 좀 독하고 아리지만 이 약파는 질감이 부드럽고 연하며 단맛이나 뒷맛이 깔끔해요. 개인적 소견이지만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는 확연히 다른것 같아요.
3년 전 토종씨앗 나눔 단체에서 받아왔던 대파도 밭에 대충 뿌려놓았었는데 씨앗이 풀속에서 꼬불꼬불 잘 자랐어요. 올해는 제대로 옮겨 심어서 씨앗 나눔 많이 하겠습니다."


박영재 대표의 조사에 의하면 당진에 의외로 토종종자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토종씨앗들도 같이 없어진다고 말하며 조사 과정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감동 실화를 들려줬습니다.

​"대나무숲 뒤편으로 15평의 할머니 만에 비밀정원을 갖고 계신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식이 할머니의 건강을 염려해 농사짓는 일을 반대하니까 15평에 20가지 씨앗을 심어서 지켜오고 있더라고요. 척박한 대밭을 개간해 토종씨앗을 지켜오신 할머니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들에게 씨앗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건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것, 이건 사위가 좋아하는 것, 이건 남편이 좋아하는 것, 이건 시부모가 물려준 것이어서, 친정 부모님이 물려준 것이 서 차마 버리지를 못하고 씨앗만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심어오신 것입니다. 그만큼 조상들은 우리 씨앗을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토종종자를 확보하고 이것들을 지켜나갈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후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대표는 당진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종자들을 찾아 당진에도 씨앗 도서관을 만들고 종자은행에 토종종자들을 늘려나가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농사지으며 토종종자를 지켜오신 할머니들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농사짓는 전통기법들과 토종종자를 어떻게 우리 생활에 활용해 왔는지를 수집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나고야 의정서 비준국으로 2018년 8월에 발효되면서 이제는 우리 토종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 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산업화로 비어가는 농촌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약파를 당진에서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씨앗을 지켜온 할머니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우리 씨앗을 넘겨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씨앗을 지키는 당찬 당진 도시농업 수강생들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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