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예쁜 풍경을 단숨에 즐기기보다는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컸던
골정지의 봄"
충남 면천은 가볍게 즐기는 걷기 여정 속에서 시간 여행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면천읍성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부터 근대기를 지나 2020년 현재까지 다양한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고려의 개국공신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은행나무가 있으며 고려 시대에 조성되었다는 군자정, 조선시대 행정의 중심지 면천읍성, 교육 기관이었던 면천향교에 이어 옛 우체국 청사를 리모델링한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까지 호젓한 마을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모든 곳들이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골정지이네요. 조선 정조 시대인 1800년 연암 박지원이 세웠다는 연못 주변으로는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탐스러운 연꽃이 피어납니다. 지난 주말 면천의 골정지는 진달래와 벚꽃이 개화하여 더없이 화사한 풍경이었습니다.
당진시 면천면 면천로외 면천향교 초입 골정쉼터라는 이정표와 함께 나타난 골정지는 다양한 봄꽃들이 만개하였습니다. 수변을 따라서는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산책로를 따라서는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들이 조화롭게 이어지면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일시에 팝콘이 터진 듯 눈부신 풍경입니다.
본격적인 산책에 앞서 강렬한 첫인상을 가라앉힐 겸 골정쉼터에 올라 잠시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너무도 예쁜 풍경을 단숨에 즐기기보다는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진달래와 하얀 목련, 자목련, 벚꽃이 조화롭게 피어난 4월의 골정지는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고 싶을 만큼 멋진 봄이 있었습니다.
골정지는 면천향교까지 이어지는 약 2.5km 산책로와, 골정지 수변을 따라 둘러보는 2가지 코스로 이어집니다. 역사적 스토리를 품고 있는 화사한 꽃길과 파스텔톤의 봄빛이 어우러진 들판으로 30분에서 1시간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짧은 여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봄은 3월 말 산수유를 시작으로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철쭉 등이 순차적으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길게 이어졌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거의 동시에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안타까운 모습인데요 골정지의 봄도 갑자기 일시에 찾아온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진달래와 목련은 만개하였고 벚꽃의 경우 약 50% 정도 피어서는 다양한 봄꽃들이 어우러졌습니다.
이번 주부터 다음 주인 4월 셋째 주까지가 절정일 듯하네요.
골정쉼터에서 시작된 꽃길을 맞은편 수변을 지나며 면천향교로 이어지는 마을길로 이어집니다. 당진시 걷기 좋은 길 코스 중 하나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마을길이 운치 있게 펼쳐집니다. 저 멀리로 이어지는 마을 야산은 푸른 상록수 사이로 무채색의 숲이 파스텔톤으로 변화하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둔 논밭은 활기를 띠어갑니다. 그러한 자연의 변화를 가득 품은 길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활기를 더해주네요.
골정지는 1800년 박지원이 세웠다는 정자, 건곤일초정에서 기인하고 있었습니다.
박지원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소설가로 열하일기, 연암집, 허생전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청나라를 다녀온 기행문 열하일기를 통해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방면에 걸친 비판과 개혁을 논하였으며 실학사상을 강조 애민정신을 실현하기도 합니다. 1779년 ~ 1800년까지 면천군수로 재직하면서 당시의 일을 기록한 면양잡록이 있으며 또 하나가 골정지였습니다.
눈부신 연분홍의 벚꽃 사이로 건곤일초정의 모습입니다. 연암 박지원은 연못 한가운데 돌을 쌓아 작은 섬을 만들고 그곳에 육각형의 초정을 세워 두보의 시에서 따온 ' 건곤일초정' 이란 현판을 걸었습니다. 당시엔 바로 지척에 있던 향교 유생들이 자주 머무르며 시를 읊고 학문을 익혔다고 합니다.
2020년 4월 그렇게 초가 형태의 정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골정지 주변으로 너무도 아름다운 벚꽃길이 이어집니다. 그러한 군자정은 벚꽃이 질 무렵 연꽃이 줄기를 올리며 다음 계절을 준비할 듯합니다.
골정지 벚꽃길 감상을 마친 후 짧은 여정이 다소 아쉬워 낮은 언덕을 넘어서는 군자정을 향합니다. 영랑호공원 초입의 군자정은 고려 공민왕 때 지군사 현재로 말하면 군수인 곽충용이 지은 연못입니다. 당시 연꽃을 심었는데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으며 진흙에서 나왔어도 오염되지 아니한 모습이 군자와 같다 하여 군자지라 하였다고 합니다.
8각형의 군자정 주변으로는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벚꽃나무가 호위하듯 아름답게 시작됩니다. 연못 속 정자로 이어지는 돌다리와 어우러져 너무도 운치 있는 모습입니다.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의 하얀 외관이 목련과 조화롭게 이어지고 푸른 대나무숲과 진달래 군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두견주의 유래가 된 안샘까지 이어집니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합니다. 4월이 깊어지면서 지금 산과 들에는 봄의 정취가 가득한 요즘 문화재와 유적지로 이어지는 조용한 마을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속에 그러한 봄을 만끽하기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