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와 함께 걷는 도보 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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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7-10-21 조회 : 330
합덕 성당 주관으로 당진시에 있는 천주교 성지를 돌아보는 도보 순례 성지 행사가 진행된 하루였습니다. 합덕의 논과 들을 자욱하게 뒤덮고 있는 안개길을 걸으며 천주교의 성지를 찾는 길은 설렘과 동시에 자못 경건하기까지 했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난 천주교 순례길을 소개합니다.
 

오전 9시. 당진시 합덕읍에 위치한 합덕성당 앞에는 '목자와 함께 걷는 도보 성지 순례' 에 참여하기 위해 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출발에 앞서 신부님의 인도 아래 짧게 기도를 하는 풍경이 경건해 보입니다.
 

도보 성지 순례 코스는 1코스와 2코스가 있으며, 시간은 09:00~12:00 정도입니다.
1코스: 합덕성당 -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우물 - 무명 순교자의 묘 - 신리성지 - 하흑공소 - 합덕성당
2코스: 솔뫼성지 - 버그내 장터 - 합덕제
오늘 도보 성지 순례는 1코스로 진행되었으며, 합덕성당 뒷길로 하여 합덕제를 거쳐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우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안개가 가득해 버그내 순례길을 걷는 동안 괜히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안개 속을 걷는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시간쯤 지나가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논과 들을 덮고 있던 안개가 물러가고, 버그내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밝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은 순례 코스에 도착할 때마다 이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셨습니다.
"이곳은 원시장, 원시보 형제의 우물로 유명한 곳이며, 원시장 형지의 생가 터가 있던 곳입니다. 이곳 성동리 마을 주민들은 거의 수백 년 동안 이곳의 우물을 마셔왔다고 해요."
그 옛날 천주교 신자들이 이 우물의 물을 마시고 활력을 얻고 뜨겁게 신앙을 고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곳은 무명 순교자들의 묘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오래 전 한 수녀님께서 우연하게 마을 사람으로부터 합덕읍 대전리의 선산에 목이 없는 시신들이 많이 발견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이곳에서는 무연고의 묘가 32개 발굴되었어요. 특이점은 목이 없는 시신과 묵주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요, 천주교 박해 시절 순교당했던 천주교 신자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차 파묘 때 무연고의 묘 14기도 추가로 발굴되었다고 해요.

 

이제 무명순교자의 묘를 뒤로 하고 당진시의 명소 신리성지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다리고 조금 아프긴 했지만, 도보 성지 순례에 참여한 분들의 얼굴에서는 어두운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신리성지에 도착하니 주말을 맞아 신리성지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신리성지는 붐볐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감돌았습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발걸은 또한 가벼웠습니다.
 

그 순간 땡그렁, 땡그렁 맑은 소리를 내며 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종소리는 매우 크게 맑게 울려퍼져 신리성지를 가득 매웠습니다.
 

이곳에서 신부님의 해설을 들으며 신리 성지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 당시 천주교 신자들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걸어왔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무르며 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신리성지를 나와 하흑공소를 거쳐 합덕 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합덕 성당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을 보니 비로소 삶 가운데 가을이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도보 성지 순례는 천주교의 성지를 찾으며 그곳에 담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지만,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잠깐의 쉼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흑공소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처음 출발했던 합덕 성당과 합덕제가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합덕 성당에 도착하니 시간이 막 12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도보 성지 순례의 무리는 성당 앞에서 잠시 기도 후 도보 성지 순례를 마쳤습니다.
이번 도보 성지 순례는 당진시에 위치하는 천주교 성지에 담인 이야기들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으며, 분주한 일상으로 잊고 있었던 가을의 여유와 쉼을 만끽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말, 버그내 순례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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