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풀빛에서 이종호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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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05-14 조회 : 411
"당진 원도심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조성된 문화예술의 거리 1호점으로 갤러리 '풀빛' 개관"


시간을 다투며 끊임없이 꽃들이 피고 지는 계절입니다. 산천의 초목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5월의 하늘빛이 눈이 시리도록 청신하네요.
이 아름다운 계절의 한편에서 당진 원도심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조성된 문화예술의 거리 1호점으로 갤러리 '풀빛'을 개관했는데요. 이곳에서 이종호 작가의 개인전도 열린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김형태 사회자의 진행으로 이종호 작가의 갤러리 개관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앵두꽃이 순두부처럼 몽실몽실 피어 나는 죽동리 화실에서 작가는 10년 넘게 아침 8시부터 작품을 구상하며 작업을 해 왔다고 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오후 3,4시만 되면 마음 한편이 쓸쓸하니 외롭고 심심하던 차 몇 년 전부터 읍내에 나가서 놀 장소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 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다 찾은 공간이 이곳이라고 합니다. 마침 김충완 당진 원도심 도시재생추진협의체 협의회장이 흔쾌히 장소를 제공해 주어 이곳에 갤러리를 개관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김충완 협의 회장은 도시재생도 자본을 투입해 옛것을 보존하는 것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여러 사례들을 확인해본 결과 문화와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 원도심에 들어와서 문화예술 기반이 확립이 되었을 때 원도심이 활성화되는 사례들을 많이 접하고 흔쾌히 장소를 내어주었다고 합니다.

 

당진에서는 옛 터미널의 모습, 야당 인사들의 모임 장소였던 춘원다방, 양잠업이 성행했던 당시에 사용된 당진농협 창고 등 잊혀가고 있는 당진 원도심의 역사와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장소는 인근에 많은 학교가 위치해 있어 수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청소년을 위한 문화 공간이 전혀 없어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 상인들이 솔선수범해 이 장소가 갖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인 것을 되살리기 위해 모두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당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전문 작가들과 서울, 부산 등 전국의 수많은 작가들이 찾아와 발 디딜 틈이 없네요.

​이종호 관장은 갤러리 풀빛에서 전문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기꺼이 거리의 장사꾼이 되려고 한답니다. 많은 전문작가들이 몇 십 년 동안 뼈를 깎는 노고로 심혈을 기울여 창작을 해 작품을 완성해도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아 마지막까지 버티다 작품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강사로 활동하거나 돈벌이를 하느라 예술의 맥이 끊기는 일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풀빛 갤러리를 통해 전문작가와 소비자와의 중간 역할을 해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합니다.

 

강수연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맞춰 김태선 바리톤의 뱃놀이란 축하곡으로 우렁찬 축하무대가 펼쳐지며 흥을 돋우니 어깨춤이 절로 나네요.
 

개관 기념식이 끝나고 준비해주신 뷔페식 만찬을 먹으며 삼삼오오 모여 이종호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종호 작가는 그동안 당진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황금들판을 꿋꿋하게 지키는 돈키호테를 닮은 허수아비에 빠져 허수아비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큰 바위 얼굴처럼 든든하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바위에 흠뻑 빠져 바위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계절 끊임없이 피고 지는 우리 꽃의 매력에 흠뻑 빠져 우리 꽃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바람이 불 때면 가로수에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며 알을 품기 위해 보금자리를 짓는 까치집을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설풋한 풀잎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다 한계를 느껴 나무껍질을 이용해 작품을 구상했는데 의외로 묘한 매력이 있어 흠뻑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 작품의 특성은 여러 가지 나무껍질과 가지를 사용하여 추상 형태나 구상 형태로 조형화시키고, 그 바탕은 천자문의 천지현황에 착안해 검은 숯 안료와 누른 황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구성하는 천지인 대신에 천지목으로 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그 외에 천연 염색과 천, 모시 등을 사용해 색과 질감의 조화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종호 작가에게 wood skin art 작품의 감상 팁을 들어봤습니다.

"버려지는 나무껍질의 색상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다양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미술 공예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지를 가지고 만든 wood skin ary의 특성은 틈과 새를 때로는 거칠게, 때론 섬세하게 메꿔 줘 관객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작품은 수없이 변화합니다. 마치 빛의 스펙트럼에 의해 다양한 색이 펼쳐지는 것처럼 오묘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옛날 어머니들이 광목 위에 바느질을 해 수를 놓은 것처럼 섬세한 색감과 질감을 생동감 있게 고스란히 살려낸 소나무. 바람서리에 불변하는 대한의 기상이 엿보이는데요. 작품을 감상하고 계시는 은발의 부부의 모습에서 솔향이 풍기는듯합니다.
 

나무에 화살 꼬리 날개와 같은 코르크 재질이 있어 항상 비상을 꿈꾸는 화살나무. 작가의 섬세한 손놀림에 민들레 갓털이 되어 그들만의 영토를 이루고 있네요.
 

쓸모없이 버려지거나 불쏘시개로 쓰이던 나무껍질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태어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이번 전시회는 6월 2일까지 전시된다고 하니 못 보신 분들은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
 

갤러리를 돌아보고 난 후 이종호 관장에게 있어 풀빛 갤러리에 개관 소감을 들어 봤습니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항상 이루고 싶은 3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풀빛 갤러리는 10년 전부터 항상 품고 있던 오랜 꿈이었는데 올해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두 번째는 이종호란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에요.
세 번째는 내 작품이 1억 원 이상에 팔리는 것입니다.

그 희망 때문에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며 살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것입니다. 풀빛 갤러리가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의 저변 확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므로 남은 두 가지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


갤러리 오른편 카페에서는 달달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아트숍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문화의 저변 확대가 이워지지 않았기에 그림이 시민들의 생각과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인데요. 세계적인 명화 작가들과 국내 전문작가들의 작품을 상품과 접목해 선물용 아트상품(명화 탁상시계, 벽 시계, USB 아트 램프 등) 명화 모조품을 찍어서 대량으로 유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접할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작업들은 불법이 아닌 허가를 맡고 하기 때문에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오늘 풀빛 갤러리 개관 현장을 돌아보며 원도심에 피어난 오월의 높고 푸르른 꿈을 엿보았습니다.

♦ 갤러리 풀빛
충청남도 당진시 당진중앙1로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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