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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백수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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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02-15 조회 : 708
"당진시민들에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국무용수 - 백수경"
 

문화연대에서 주최하는 공연이 한국무용을 주제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하는 백수경 무용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자 2018년도 한밭국악대회 한국무용 명무부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한 한국무용계의 보석 같은 재원이라고 하네요.

​유치원에서 취미로 발레를 배운 백수경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집 앞에 생긴 국악원에서 한국무용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포항에서 무작정 상경해 태평무 예능보유자이자 인간문화재이신 강선영 선생의 자택을 찾아가 수경씨를 맡길 정도로 열성적인 어머니 덕분에 강선영 선생의 최연소 제자로 태평무를 이수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원래 강선영 선생은 학생들을 제자로 받지 않았는데, 수경 씨 어머니의 모습에서 운명처럼 한성준 선생을 찾아가 딸을 맡기시던 어머니가 떠올라 제자로 받아주셨다고 합니다.

수경 씨는 재작년 아흔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휠체어에 앉아서도 춤을 추셨던 강선영 선생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즐거울 때 추는 것이 춤이며, 춤을 출 때는 내 마음속에 감정이 우러나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한국무용을 하다 보니 시나브로 한국무용수로의 인생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부산 국립국악원 무용단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지만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예술적 활동이 아니라, 무대에 서기 위해 감정 없이 연습하고, 춤을 추는 기계가 되어 간다는 생각에 국립국악원을 나온 후 당진의 한 초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한국무용을 가르치다가 당진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만나 올해 2월 결혼하면서 당진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진문화예술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연한 기회에 문화연대와 인연이 되어 좋은 뜻을 가지고 공연에 참여해주겠냐는 제의를 받고 흔쾌히 공연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꽹과리, 태평소와 같은 전통악기로 편곡을 해 삼고무, 부채춤, 탈춤, 사자춤을 곁들인 국악버전의 새로운 레전드 영상 '아이돌'을 보고 한국 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특이 지민이 선보인 화려하고 파워풀하며 섬세함이 느껴지는 춤선을 보여주는 부채춤을 보고 '와~ 작은 부채로 세계를 저렇게 뒤흔들 수도 있구나'란 생각에 온몸에 전율을 느꼈었습니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화려하고 멋진 곡을 펼치던 무대의 여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머물던 차에 문화예술학교에서 한국 무용수 백수경 선생이 당진에서 첫 번째 공연을 한다고 하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겠지요.

 

첫 공연은 태평무를 선보였습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으로 춤사위를 볼 때 발 놀림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에 한성준이 무대공연 작품으로 창작한 것으로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하여 왕비 또는 왕이 직접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인데요. 이 춤은 장중하면서도 빠른 발 놀림이 특징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복잡한 장단을 경쾌하게 가로지르는 발디딤이 장단과 어울려 장단 사이사이에 발로 원을 그리며 돌리고 굴리는 기교적인 발짓은 이 춤만이 가진 멋이라고 하네요.
 

전래의 왕십리 당굿의 특이한 무손장단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낙궁, 터벌림, 섭채, 올림채, 도살풀이, 자진 도살풀이 등으로 우리 민속음악의 대표적인 가락과 장단이 고루 어우러져 매우 독특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춤이었습니다. 경쾌하고 특이한 발짓품에 손놀림이 우아하고 섬세하며 절도가 있어 우리 민속춤이 지닌 정중동의 흥과 멋을 무대에서 맘껏 발산하는 생동감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공연팀이 무대의상을 갈아입는 사이 피아니스트 이혜근의 반주에 맞춰 바리톤 김태선의 레미제라블의 라베르 경감이 부르던 스타스와 하늘을 날다라는 뜻의 볼레로를 열창해 주셨습니다.
 

어린이집 발표회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항상 빠지지 않는 게 부채춤인데요. 신무용 계열에 속하는 부채춤은 김백봉에 의하여 창작되어 1954년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시공관 무대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대체로 독무로 추던 부채춤은 1968년 10월 멕시코 올림픽의 방계 행사인 세계민속예술제전에서 한국 민속예술단에 의하여 군무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머리 위엔 화사하게 장식된 족두리를 얹은 백수경 선생은 미색 바탕에 모란꽃을 수놓은 당의풍의 저고리와 진분홍색 통치마를 입고, 양손에 무선 모양의 꽃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선보였습니다.

창부타령의 굿거리·자진모리장단에 맞춰 부채를 펴고 접고 돌리고 뿌리며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였는데요. 동시적·이시적으로 그렇지 않으면 대위적·교차적으로 펴고 접는 부채 사위는 빠른 리듬을 타며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활달 자재한 멋의 춤사위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도록 조용하였다가도 약동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명상하듯 하다가 불같이 타오르며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것 같은 감정의 짜임새가 고도의 조화미를 이루며 관객들을 단박에 사로잡았습니다.

​부채춤이 끝나고 바리톤 김태선의 '시간에 기대어'를 들으며 나에게 한국무용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시간은 고장 난 시계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 조급한 마음에 발바닥이 땅에 닿기도 전에 발걸음을 옮기며 시간을 앞질러 가느라 우리 것에 대한 것들을 소홀히 하고 살았는데요. 시나브로 세월의 흐름에 속도를 맞춰 살다 보니 어려서 보지 못하던 우리의 전통미와 풍속의 소중함을 오롯이 깨닫게 되네요.

 

이번 순서는 경기도 무형 문화재 제53호인 경기 검무인데요. 피리를 중심으로 장고, 대금, 해금 및 아쟁 등이 함께 비슷한 선율을 연주하는 대풍류의 반주 음악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칼 춤사위는 지루할 새 없이 짧고 빠른 춤사위가 이어졌는데요. 짧고 절도 있는 춤사위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이 배어있었습니다. 검무에서는 대부분 대풍류를 반주 음악으로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풍류의 구성에서 느린 장단을 생략해 연주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 점이 경기 검무의 차별성이라고 하네요.

경기 검무는 한성준에 이어 중요 무형 문화재 고 강선영으로 전해졌고, 다시 강선영의 제자 김근희가 보유자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구춤이 이어졌습니다. 흥을 돋우는 장고 박자에 맞춰 관람객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들썩하며 장단을 맞추며 열기로 후끈후끈하네요.
 

공연을 마치고 백수경 무용수를 만나 봤습니다. 첫 공연 소감과 앞으로 당진에서 한국 무용수로서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꿈을 들어 봤습니다.

"백수경이란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고 당진에 와서 제 춤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생각해서 준비 기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차곡차곡 준비했습니다.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기에 부담은 되었지만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일념 하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했습니다. 관객 한 분 한 분의 소감을 듣고 싶지만 공연을 마치고 난 후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받으며 관객과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정도로 공연이 잘 된 것 같고 앞으로도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믿음을 주는 공연을 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는 마음 뿌듯한 공연이어서 너무 기뻐요."

“한국무용은 하면 할수록 그 깊이를 갖게 돼요. 그러나 나 혼자 즐기고 알고 있기보다, 더 많은 당진시민들에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 '백수경 무용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3월에 학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당진의 무용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발전에 힘쓸 것이며 최고의 학위를 얻기까지 강선영 선생님을 본받아 끊임없이 공부해 나갈 거예요."

한국무용에 대한 열의와 무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백수경 선생의 존재만으로도 당진에서의 한국무용의 미래는 무조건 맑음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와 함께 태평 무를 추던 백수경 무용수의 첫 발짓을 마음에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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