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습도와 폭염 만큼이나 자연은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 갑니다. 야외 나들이를 하기에는 조금 더운 날씨이지만, 초록의 기운이 가득한 면천면 무공사의 여름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무공사는 사찰이 아니에요. ^^*
무공사는 궁예의 폭정에 대항하여 신숭겸, 배현경, 홍유 등 동료 장군들과 함께 왕건을 도와 고려를 개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복지겸 장군의 의를 기리는 사당이에요.
그 후에도 복지겸 장군은 도성 경비, 감찰을 맡아 왕권 안전에 기여한 공로로 면천지역의 토지를 하사받았다고 해요.
사적비에 고려개국일등공신태사, 라는 한자가 선명하네요.
창의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정충문이 보이고, 그 뒤로 초록의 소나무들이 방문객을 내려다 보고 있네요.
이곳에 들어서니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의 모습과 풀벌레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정충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무공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공사 안에는 복지겸 장군의 위패를 모셔져 있습니다.
무공사에 오면 꼭 하나 생각나는 전설이 있는데요, 면천면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복지겸 장군에 관한 전설이에요.
복지겸 장군 전설(영랑 전설)
어느날 복지겸 장군이 중한 병이 들어 위독해졌어요. 그때 그의 딸 영랑이 인근에 있는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해요. 백일기도 마지막 날 신선이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 꽃과 면천 안샘의 물로 백일주를 담아 아버지 복지겸에게 마시고 하고, 뜰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으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 후 영랑은 신선의 말대로 하였고, 복지겸 장군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지요.
그때 만들어진 술이 면천의 명품 술 두견주입니다.
무공사를 둘러본 후 오른쪽의 작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작은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또한 저의 발걸음을 피해 달아나는 풀벌레들도 보입니다. 그저 덥다고만 생각했는데, 방아깨비와 메뚜기를 보니 깊어진 여름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무공사 주변을 둘러보고 내려올 때 하늘의 구름이 걷히며 밝은 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갑자기 밝아진 날씨에 아미산의 신선이나 복지겸 장군의 혼령이 나타나 이런 말을 할 것만 같네요.
"날도 더운데 차가운 안샘물로 빚은 두견주나 한 잔 하고 가지 그래?"
술을 마시지 않는 저는 고민하다 이렇게 거절할 것 같습니다.
"저 운전해야 해요."
혼자 상상을 하며 내려오니 타는 듯한 더위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일 즈음 무공사를 찾아와 아미산과 몽산을 타고 내려온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