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해유! 해나루시민학교 시화전 현장
"선생님 이거 어떻게 빼는 거지유?"
 
"숫자는 무조건 큰숫자로 위에서 빼는 거예요. 이렇게 하셔서 10을 꾸어 주시고……."
"이~~ 알겠슈!"
한 무리의 할머님들이 열심히 뺄셈을 공부하고 계십니다.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 모습을 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걸 알 수 있습니다.
할머님들이 수학을 배우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실 이곳은 할머님들의 공부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입니다. 문예의전당에 무슨 일일까요?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사진을 보면 할머님들 뒤로 시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위 작품들은 어떤 분들의 작품들일까요?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해나루시민학교에서 공부 중이신 할머님들의 작품들이 당진문예의전당 1, 2전시관에 전시 중이랍니다. 이번 전시회는 해나루시민학교가 할머님들의 시화 작품을 모은  『늦게 피는 꽃』 을 출간한 후 5월 29일부터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데요, 시에는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해 서러웠던 이야기,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부끄럽게 지내야만 했던 이야기, 이제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아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할머님들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총 126명이 참여, 252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작품을 출품한 분들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은 올해로 92세이신 박상례할머님이십니다.
그럼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감사해볼까요?

 

나도 겹받침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울음 끝 웃음 시작
 

이분례 할머님(77세)

"어머님, 해나루시민학교에 다니고 뭐가 가장 좋으세요?"
"학교 다니고부터 한글, 영어, 한자, 수학까지 다 배우니까 너무 좋아요. 동네를 다닐 때 간판의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할머님들께 여쭤보니 글을 배운 후 간판을 읽을 수 있고, 동사무소에서 민원 업무를 볼 수 있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할머님의 말 속에서 배우지 못한 설움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져,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제2전시관에서는 할머님들의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눈사람, 봄, 개구리, 나무 등 아주 간단한 주제이지만, 그림 속에서 할머님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할머님들은 전시관 밖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꺼내기 시작하십니다. 공부도 하고, 작품도 전시하고 먹는 밥맛이 아주 꿀맛이라는 할머님들의 말에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번 전시회는 6월 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출판기념회는 오는 6월 2일 14:00에 진행됩니다. 전시회장에 오시면 할머님들의 시화 작품 중 맘에 드는 작품에 스티커를 붙일 수 있고, 할머님들께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문예의전당 전시관에 오셔서 할머님들도 응원하고, 가슴 찡한 시화작품들도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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