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일은 단순히 두 사람 마음의 합치만으로 이루어 지는 일이 아니었다. 각각의 인생을 함께한 물건들이 하나의 장소에 놓여지고, 양가 부모님이 만족할 만한 살림들도 새로 장만해야 했으며, 새로운 출발에 들뜬 우리도 기념일이다 뭐다 해서 호기롭게 물건을 사들였다. 모든 수납장은 꽉꽉 채워졌으며 새로운 수납장을 더 사들였다. 그런데 물건을 사들이고 집이 채워지면 질수록 집은 좁아져 갔기에 마음은 갑갑해져 갔다.
이런 마음들이 절정에 이르러 가던 중, 바닷가 도시 특유의 높은 습도로 생긴 곰팡이의 덕분으로 대청소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 쌓아 놓았던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정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지만 어디서부터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은 이런 나의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청소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까지의 수납과 정리에 관한 책들이 단순히 기술에 관한 면을 제시한 반면에, 이 책은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나에게 소용이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버림으로써, 비워지고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마음의 충족과 안정을 얻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물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우리 집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책다솜 독서회 남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