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떠나는 여행! 예쁜 등대가 있는 당진 안섬포구
"안섬포구에서 느끼는 겨울의 맛"
겨울인데, 겨울로 여행을 떠납니다.
겨울 속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겨울바다 만한 게 있을까요?
한적하고 쓸쓸하고...
어쩌면 처량하기까지 할 테지만 그게 바로 겨울바다의 묘미 아닌가요?
그 묘한 맛을 즐기기 위해 떠나봅니다.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 등대를 많이 보았지만 유난히 이쁘네요! 낯선 곳에서 만나는 빨간 등대가 나를 반겨줍니다.
어렸을 적에 등대는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먼 바다로 떠났던 배들이 길을 잃지 말고 잘 찾아오라고 빛을 밝혀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보통은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있지 않나요?
주위를 둘러봐도 빨간 등대만이 외롭게 서 있네요. 혹시, 제 눈에만 보이지 않는 건 아닐테죠?ㅎㅎ
……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등대 앞에 서서,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을 노래한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읊조려봅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이 시를 외우지 않았나요? 지금 회상해보면 참 좋았던 시절입니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물이 빠진 포구에 정박해있는 배들을 바라보고 다시 등대를 올려다봅니다.
다른 모습, 다른 세상,
이렇게 떠나올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바다에 다시 물이 들어오고, 배들이 하나 둘 바다로 나가고, 등대에 불이 켜지면 안섬포구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오는 길에 쭈욱 늘어선 포차들.
바지락칼국수, 해물칼국수를 먹으러 안섬포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아침 이른 시간에 홀로 떠나 왔지만,
둘이 또는 여럿이 같이 와서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가고 오는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바다, 겨울 속으로 떠나는 여행
가끔은 겨울바다가 주는 쓸쓸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아도 좋습니다.
나는 안섬포구에서 겨울의 맛을 느껴봅니다.
안섬포구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