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안국사지 미래의 부처 미륵으로 안녕을 소망했던 옛 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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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12-30 조회 : 339

"한해의 소망을 빌어보는 여정으로 찾아보기에 좋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종교는 불교에서 시작됩니다. 372년 소수림왕 384년 침류왕 521년 법흥왕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 순으로 수용하였고 가장 늦게 공인한 신라에서 가장 크게 발전하였지요, 고려시대에 이르러 최절정기를 맞이했고 유학을 숭상했던 조선시대에도 이어졌었습니다. 그렇게 아주 오랜동안 정신적 이상이 되었던 불교는 가장 많은 문화재와 유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들려주곤 합니다. 충남 당진에도 오래전 역사를 들려주는 절터가 있습니다. 장미면 수당리 은봉산 중턱에 있었던 안국사지입니다.

안국사지를 찾아가는길은 내포 문화숲길중 4코스 원효깨달음길과 은봉산 등산로로 이어집니다. 수당리 마을을 지나 2-3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던 길을 걷다보면 얕으막한 돌계단과 함께 시작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던 한옥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언덕 위쪽으로 2점의 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안국사지는 제법 알려진 유명세와 달리 그러한 유물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게 될 것 같은 소박한 전경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국사지의 얼굴이 되고있던 석조여래삼존입상입니다.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추존되며 보물 제100호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안국사는 누가 언제 창건하였는지 자세한 역사가 전해지지 않는 사찰로 백제 말엽에 창건되었고 고려시대에 번창했을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해미현조에 남겨진 기록으로 조선시대에 폐사되었음을 알 수 있고 1928년 잠시 일으켜 세우나 또 다시 폐사되면서 지금은 3점의 유물만이 옛 역사를 들려주네요.

기록을 찾아보니 그러한 유물이 있는 곳에서 동북쪽으로 약 500 m 지점에 안국사지를 알리나 이정표가 없어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삼존불 옆으로는 그것을 대신하는 절터의 흔적이 있습니다. 작은 건물 한채가 있었음직한 공간 안에 일정 간격의 주춧돌이 있어서는 건물의 모양을 짐작케합니다.

 

 

안국사지에서 가장 오래도록 바라보게되는 건 삼존불입상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운데 장대한 모습으로 서 있는 불상은 특히나 아름다웠습니다. 아마도 좌우로 이어지는 불상의 경우 일부가 땅에 묻힌것과 달리 발목까지 완전히 드러난 탓이기도 했겠지만 무려 4.91M에 이르는 모습은 경외심이 절로 듭니다. 화려한 치장없이, 네모진 얼굴형 위로 네모진 판돌을 얹고 있고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 위에 얹은 모습으로 아미타불이 취하는 아홉가지의 손모양 중 하나인 구품 수인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보물 제101호인 오층석탑이 나란히 자리잡았습니다. 분명 5층 석탑을 알리기에 아무리 세어보아도 4단뿐인 것이 이상하였는데 한층이 없어져 버렸다고 하네요. 지붕돌 아래 4각 평면에는 3면에는 부처가 새겨졌는데 나머지 현면은 자물쇠를 채운 문비의 모습으로 조금 특이합니다.

2점의 보물과 함께 만나는 또 하나의 문화재가 있었으니 도지정 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안국사지 매향암각이었습니다. 삼존불 뒷편의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로 ' 매향이란 향나무를 땅에 묻는 민간 불교의식으로 향나무를 통해 소원을 비는 자와 미륵불이 연결되길 바라는 신앙의 한 형태' 라고 합니다. 그러한 배바위를 통해 안국사가 당시 미륵신앙과 연결되었음을 짐작케됩니다.

미륵불이란 석가모니불에 이어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을 지칭하는 말로 우리나라 전국 곳곳 불교가 성했던 마을 어귀에서 친근한 모습을 확인하게됩니다.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으로 조성된만큼 특별한 기록이 남겨지지않은 것이 대부분으로 안국사의 역사가 명확하지 않은 것 또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됩니다.

바위 위로는 희미하게 남겨진 글씨를 확인하게됩니다. 고려시대 몽고와 왜구의 침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민들이 불안한 민심을 달래고자 미륵신앙의 안식처로써 안국사를 선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였습니다. 개혁을 통한 더욱 좋은 세상이 오길 소망했던 바람인 듯 하네요.

그 너머로는 산신각을 알리는 2채의 건물이 있으나 문이 굳게 잠겼습니다. 대신하여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동백꽃이 화사한 겨울을 예고합니다. 이제 막 1-2송이가 꽃을 피우는 중으로 지붕을 닿을 듯 큰 나무가 일시에 꽃을 피운다면 너무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절터 구경에 빠져있을 즈음 등산객을 인도하고 있던 은봉산의 유명한 개 복땡이를 만났습니다. 오랜동안 은봉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길 안내를 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명물로 10월 말 등산객을 인도하기위해 집을 나갔다 28일만에 돌아왔다 하네요. 이날도 역시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앞에 서서는 산행을 돕는 모습이었습니다. 정확한 역사가 전해지지 않기에 더욱 신비로웠던 절터엔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소박한 소망이 담겨있었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시기 한해의 소망을 빌어보는 여정으로 찾아보아도 괜찮겠습니다 .

안국사지 : 충남 당진시 정미면 수당리 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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