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는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을 그린 책이다. 기린을 유난히 좋아했던 한 소녀가 18세에 기린 연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아무 것도 없던 상태에서 무작정 시작한 기린 해부 경험을 시작으로 여성의 몸으로 수많은 기린을 해부하며 기본적인 근육과 힘줄을 알아나가는 것에서부터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기린 목이 움직이는 원리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한 탐구의 기록으로 남긴 책이다. 기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친 유일한 책으로, 해부학적으로 접근한 기린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소설의 주인공 군지 메구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동물들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그 중 가장 오래도록 좋아했던 것이 바로 기린이었음을 열 여덟살 봄, 생명과학 심포지엄을 듣던 중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기린과 해부학자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동물 해부에 대해 어떤 사전 지식이나 정보도 없이 무작정 기린을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뭉쳐 있던 대학교 1학년 가을, 엔도 히데키 해부학 교수님을 만나 학부 대상 세미나에서 동물 해부와 표본 수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강생에 선발되어 불안과 떨리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한 코알라 해부에서 동물을 더 알아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고, 해부를 통해 알게 된 일상 생활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법한 것들을 알게 된다는 일에 두근거리며 기린 해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첫 기린 ‘나쓰코’ 해체 작업에서 쉼없이 두근대는 심장을 느꼈고, 해체가 아닌 해부를 경험한 첫 기린 ‘니나’에서 책에 적혀 있는 여러 이름의 근육들이나 조직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뒤로 다른 기린을 해부하는 과정을 통해 용어에 집착하기보다는 뛰어난 관찰자가 되어 ‘노력하면 반드시 기린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10년 동안 30여 마리의 기린을 해부하며 기린 해부학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성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린의 제 1흉추가 8번째 목뼈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녀는 기린의 가장 큰 특징인 기다란 목에 모두가 감탄할 만한 흥미로운 진화의 수수께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너무 큰 기린을 온전한 상태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 기린의 근육과 골격의 움직임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끼 기린 해부나 주변의 여러 도움을 통한 온전한 기린 사체 해부를 통해 발견해 낸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는 경추뿐만 아니라 제1흉추까지 움직인다는 사실은 일본학술진흥회 이큐시상을 수상할 만큼 놀라운 발견이었다.

너무 큰 기린 사체를 통째로 연구하기 힘들어 불가능해 보였던 기린 목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비슷한 원리로 목을 움직이는 오카피를 연구하고, 또 그녀의 열정에 감동한 주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린의 온전한 사체를 해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녀가 느꼈던 희열과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여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포기할 줄 모르는 열정이 너무나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거나 길을 개척해 주길 기다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힘들다며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 갈 수밖에 없다.’(p.227)
주인공의 연구자로서의 시작 시점의 각오가 결국 기린 해부학자로 그녀를 우뚝 서게 했다는 것에서 마음의 전율이 느껴졌다. 궁금증을 풀고자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한 단계씩 올라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시험 점수만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 같은 이 책을, 공부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꼭 함께 읽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