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 필경사에서 심훈과의 데이트
  • 1.jpg
  • 등록일 : 2019-11-25 조회 : 344

당진의 가볼만한 곳, 「필경사」로 떠나는 문학기행

 "첫 눈 내리는 날, 심훈과의 데이트"

 

첫눈이 내리는 날!! 카페에서 홀로 커피 한 잔을 마시다가 문득 심훈의 첫눈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첫눈 오는 날 누구를 만날까?' 첫눈 내리는 날의 데이트는 필경사에서 심훈과 함께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심훈을 만나기 위해 당진의 가볼 만한 곳, 필경사로 훌쩍 떠납니다. 눈발이 날리는 차창 밖은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아마도 첫눈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봅니다. 첫눈 오는 날, 심훈이 지은 ‘첫눈’이라는 시를 감상합니다.

첫눈

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립니다.

삼승버선 엎어 신고 사뿟사뿟 내려 앉습니다.

논과 들과 초가집 용마루 위에

배꽃처럼 흩어져 송이송이 내려앉습니다.

조각조각 흩날리는 눈의 날개는

내 마음을 고이고이 덮어줍니다.

소복 입은 아가씨처럼 치맛자락 벌리고

구석구석 자리를 펴고 들어 앉습니다.

그 눈이 녹습니다, 녹아 내립니다.

남몰래 짓는 눈물이 속으로 흘러들 듯

내 마음이 뜨거워 그 눈이 녹습니다.

추녀 끝에, 내 가슴 속에, 줄줄이 흘러내립니다.

필경사는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에 있는 일제강점기의 주택입니다. 시도 기념물로 충남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되어 있지요.

주소는 충남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97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리 251-12) 입니다.

필경사는 소설가이자 영화인인 심훈의 문학 산실이었던 집으로 아담한 팔작지붕의 목조 집입니다. 심훈은 1932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그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당진으로 내려와서 이 집을 직접 설계하여 짓고 필경사라고 이름하였다고 합니다.

필경사는 ' 붓으로 밭을 일군다' 라는 뜻으로 심훈의 대표작인 1935년 우리나라 농촌소설의 대표작인 상록수가 집필된 곳입니다. 벽은 황토로 발라져 있고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초가집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부는 1930년대 도시주택의 기능에 맞추어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필경사 마당 한편에 있는 단풍나무가 가을을 맘껏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채영신과 박동혁이 함께 하고 있어, 소설 속에 내가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필경사, 뒤편에는 대나무가 무리 지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 가을 담은 필경사의 전경
 

필경사를 돌아보고 심훈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기념관 옥상에는 심훈이 책을 읽는 모습의 동상과 심훈의 대표적인 시 '그날이 오면'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덩덩실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기념관에서 심훈 예술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곳에는 심훈의 문학세계와 대중매체를 통한 문화 및 영화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심훈의 본명은 심대섭으로 1926년 동아일보에 영화소설 '탈춤' 을 연재할 때부터 훈이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고 소설가, 그리고 시인, 언론인으로 살았지요.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심훈이 1919년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 3.1운동에 참여하여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었었는데 투옥 중에 '어머님께 올리는 글월'을 지었습니다.


어머님!

오늘 아침에 고의적삼 차입해 주신 것을 받고서야

제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을 집에서도 아신 줄 알았습니다.

잠시도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던 막내둥이의 생사를 한 달 동안이나

아득히 아실 길 없으셨으니, 그동안에 오죽이나 애를 태우셨겠습니까?

.............

- 감옥에서 어머니께 올린 글월- 중 일부분입니다

심훈 기념관은 소장 자료와 유물의 전시, 관람 업무, 소장품의 보관· 진열· 수리· 모사· 복원 등 심훈의 생애 및 업적에 관한 자료의 수집· 조사 · 연구 등을 맡고 있고, 심훈의 문학성 조사 연구 및 문학에 관한 교육 운영도 주요 업무의 하나라고 하네요. 기념관은 '민족의식의 태동, 저항의 불꽃, 희망의 빛, 그날이 오면' 이란 주제로 기승전결 형식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심훈 선생의 모습과 포토존입니다. 1936년 상록수를 영화화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장티푸스에 걸려 3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는데 정부에서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200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습니다.

상록수 여자주인공 모델인 최용신과 남자주인공 모델인 심재영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상록수의 남자 주인공 박동혁의 모델 심재영과 관련된 공동경작회원 기념 사진 등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심훈에 대해 체계적이며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필경사와 심훈기념관에서의 기억이 오래갈 것 같습니다.

심훈의 작품 상록수와 시들로 촉촉이 감성적인 시간으로

심훈의 예술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문학기행이었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심훈과의 데이트는 아주 멋진 만남이었습니다.

당진의 가볼 만한 곳, 필경사에서 문학인이 되어보세요!!

<심훈기념관 >

*개관시간 안내 : 오전9시~오후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전 화 번 호 : 041) 360-6883, 360-689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