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사 템플스테이 -승승장구로 가는 길, 평화로움과 함께한 1박2일의 시간

"승승장구하는 삶을 이루는 길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대해 성찰하고 실천해보는 시간"

 

고즈넉한 공기가 흐르는 영랑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영랑사는 당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야트막한 삼선산의 품에 깃든 전통사찰입니다.

원효스님의 오도이야기와 인연이 있는 영랑사는 다양한 종류의 템플스테이가 있습니다. 저는 주말체험형 1박2일 템플스테이인 '승승장구로 가는 길'을 다녀왔습니다. 승승장구하는 삶을 이루는 길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대해 성찰하고 실천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 영랑사 템플스테이

일일체험형(데일리) / 주말체험형(승승장구로 가는 길) / 휴식형(한 번쯤은 산사에서)

일정 확인 및 예약 : https://www.templestay.com/temple_info.asp?t_id=younglangsa

☎️ 041-353-8053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방문한 영랑사는 단풍이 들어 빨간 옷을 입은 나무들로 가득했는데요. 덕분에 가을 단풍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절에서는 모든 게 불편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풍경과 함께하니 불편함도 조금은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방문하여 영랑사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절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복사해놓은 것처럼 똑같이 생긴 고양이들이 나와 놀고 있기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근처로 가서 인사했습니다.

숙소를 안내받고, 배정된 옷으로 갈아입은 후 템플스테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에서 부모님을 따라온 9살 아이, 당진에서 혼자 영랑사로 온 15살 아이를 포함하여 총 어른 3명, 아이 3명이 함께 하였습니다. 남녀 숙소가 분리되어 있지만, 아이를 동반하면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숙소가 제공됩니다. 저는 혼자 쓰는 독방에서 1박 2일 동안 불편함 없이 머물 수 있었습니다.

템플스테이 준비물은 수건 한 장, 세면도구, 상의 정도입니다. 방 안에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책 한 권을 챙겨온다면 1박2일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이 내려주시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도선스님은 영탑사에 머물고 계신 참선스님으로, 영랑사와 당진, 마음공부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여태까지는 스님과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마음도 함께 녹였습니다.

15살 아이가 스님에게 묻습니다. "참선을 하라고 하는데, 참선이 무엇인가요?"

핵심을 찌르는 물음에 스님이 감탄하며 설명해주십니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서 마음공부에 대한 관심을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앉아있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아이들 모두 잘 앉아있었습니다.

불교란 온전히 잘 살고 잘 죽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합장과 삼배가 무엇인지, 절은 어떻게 하는지, 공양과 울력이 무엇인지 들으며 스님이 말씀하시는 마음공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절에서 먹는 밥이 맛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따뜻한 국에 여러가지 나물 반찬들을 담으며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 남김없이 배부르게 먹습니다. 저녁 공양을 먹으며 다음날 먹을 아침 공양을 기대했습니다.

사찰 숙소에 앉아있으면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립니다. 가만히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처마에서 떨어지는 비를 감상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는 모녀도 저처럼 문지방에 앉아 비를 구경합니다.

저녁 공양을 먹은 후 처음으로 해본 108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흘러나오는 소리에 맞추어 다 같이 108배를 하니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어린아이까지 모두 108배를 마쳤습니다. 108배가 끝날 즈음엔 살짝 땀이 났지만, 겨우 15분 정도가 지나있었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2019년을 생각합니다. 남은 해를 의미 있게 보내자고 다짐합니다. 절 한 번에 저의 분노를, 절 한 번에 마음속 감사함을, 절 한 번에 미워했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일정을 마치고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저녁 7시 반. 산속에서의 밤은 사위가 깜깜해서 일찍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공양을 먹고 예불을 드린 후 가벼운 산행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씩씩하게 잘 올라갑니다. 15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삼선산 수목원으로 올라가며 곳곳에 보이는 경치가 마음을 맑게 해줍니다. 봄에는 진달래가 예쁘게 핀다는 삼선산 수목원을 상상해보며 하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염주 만들기 체험을 하고, 점심 공양을 끝으로 템플스테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템플에 더 있고 싶어요. 편해서 좋아요. 집에 가기 싫어요"라는 아이의 소감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접한 것이지만 템플스테이를 하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도 잠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절 특유의 잔잔한 공기가 제 마음에도 번졌던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연말, 혼자여도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좋을 영랑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합니다. 나를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아 '승승장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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