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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미원 "할매들의 반란" 할머니 생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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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11-19 조회 : 334

"어느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백석올미마을 할머니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 지 9년이 되었습니다. 농부로, 가정 주부로만 지내왔던 할머니들, 또는 자녀와 손주 양육에만 전념하시던 할머니들이 2011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한과를 전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들의 발란'은 김금순 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이끌었습니다. 2008년 이곳으로 귀농하였고 활발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귀농한 지 2년 만에 마을 부녀회장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순성면에는 왕매실나무가 10만 그루 이상 자라고 있는데 처음엔 이곳 특산물 매실이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국이 같은 시기에 생매실을 수확하기에 이를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지요. 김금순 할머니는 안타까웠다고 해요. 할머니는 우리 고장에서 풍부하게 나는 쌀과 매실을 함께 가공한 특산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매실한과 제조와 판매를 제안하게 됩니다. 순성면 매실은 매실장아찌, 매실진액, 매실고추장, 매실막걸리, 매실 떡으로도 가공하여 판매하기에 이릅니다.

김금순 대표님은 " 이 과정으로 오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평생 농사와 자녀들 양육에만 전념하시던 할머니들이라 사장님이 된다는 것으로도 서로가 신기해하면서도 어색했어요. 한과를 만드는데 모양도, 맛도 다들 다르다 보니 한과를 규격화하는 것도 가장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식품위생법이랑 관련 법령을 배우고 익히는데도 쉽지 않았아요.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 모여서 함께 공부하면서 부족한 것도 채우곤 했어요" 라고 그날의 기억을 회상하며 말씀해 주셨답니다.

백석 올미영농조합은 다채로운 농촌 체험을 계절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 라오스 해외 관광객들도 이곳 올미마을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 할머니들의 일터와 마을에 찾아온 손님들이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 할머니들은 손수 조청도 만들어서 체험장에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한과 만들기 체험에서 따뜻하게 끓여 온 조청을 그릇에 담아 나누어 주는 모습입니다.

▲ 가을 햇살 가득 머금은 장독대 모습이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옵니다. 정성 들여 만든 고추장과 된장이 익어갑니다.

▲ 강의실에서 보는 이도 유쾌하고, 밝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할머니들의 당찬 반란이 메시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백석 올미마을에서 일하시는 할머님들을 만나 짧은 담소를 나누어보았습니다. 

▲ 전통 4대장 조청할매 "황오연 할머니(65세)"는  장류 자격증 소유하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곳에 온 지는 5년이 되었어요. 6년 전에 부천에서 살다가 당진 순성 마을에 귀촌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원래 당진이 고향이에요. 고등학교까지 졸업 후 외지로 나가게 되었어요. 외지에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다 키우고 남편도 정년을 맞았어요. 자녀들은 2남 1녀인데 외국으로 유학 보냈어요. 자녀들은 부모님이 외로우실까 봐 삼촌 옆에 사는 것을 권유했어요. 이곳으로 귀촌을 하고 오빠 집에 올 때면 한과를 만들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보긴 했었어요. 한과를 보니 고등학교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저희 집은 장손 집안이라 늘 한과가 집에 있었어요. 어느 날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하셨는데 없다던 한과를 어머님이 내놓으셨어요. 그때 어머님께 '엄마손이 요술 방방이네!'라고 말했었거든요.

외손녀를 키우고 있던 차에 대표님과 오빠, 올케가 올미마을에서 한과 만들기를 권유했어요. 늘 살림만 하던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어요. 처음엔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은 모든 일이 익숙해지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생기고 활력소가 되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코이카나 외국인들이 체험활동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에요. 이전에는 외국인을 만나면 그러려니 했었는데 여기에 있으면서 외국인들 직접 만나고 한과 체험한 외국인들이 '굿'이라며 칭찬할 때 엄청 뿌듯했어요. 한과를 통해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고유 음식을 전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어요. 외국인들이 볼 때 우리나라 대표 음식은 김치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한과'가 그들에게 인상 깊게 남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신나더라고요.

또 자녀들에게 갈 때면 한과와 조청, 청국장 가루를 가져가게 돼요. 외국에 사는 형제들에게 내가 만든 먹거리를 주는데 언니와 자녀들이 주변 분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함께 하더라고요. 외국에 사는 작은 아이들도 제가 만든 것을 잘 먹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다음에 올 때 꼭 다시 가져오라고 부탁하더라고요.

현재는 고추장을 만들어서 학교에 납품하는데 깨끗하고 청결하게 만들기에 떳떳하게 납품해요. 제가 만든 고추장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요. 4대 장류 자격증이 있다 보니 더 뿌듯하지요. 내 가족, 내 손주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아주 깨끗하고 청결하게 만들고 있어요. 고추장은 6개월 이상을 숙성하는데 지금이 고추장 담그기 딱 좋은 시간이에요. 밖에 있는 항아리들이 최근에 담근 고추장인데 할머니들의 이름과 날짜가 다 기록되어 있어요. 청결, 맛, 영양을 모두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담그고 있으니 찾는 이마다 만족해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제일 좋은 맛을 내고, 청결하게 끝까지 하고 하고 싶어요. 어느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

▲ 서점향 할머니(65세)를 만나보았습니다.

"1남 2녀는 모두 출가하고  안산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귀촌하게 되었어요. 백석리에 오기 전에는 자녀들의 아이들이자 제겐 손자, 손녀 등 7명의 아이들을 키웠어요. 복잡한 도시에서 살다가 백석리에 와보니 한가롭고 편안해서 좋았어요. 이곳에 와 보니 일자리가 있었고 주변에서 '일하자'라는 권유도 있었어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었는데 지금은 직접 번 돈으로 손자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손자 손녀들이 제가 사는 집에 오는 것을 참 좋아해요. 스스로 농사일도 도와주려 하고 직접 해보려 해요. 할머니네 집을 손주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저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는데 60이 넘어서 직장 생활을 왕성하게 하고 있어요. 제2의 인생이 열린 것 같아요. 몸은 다소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직업이 있고 벌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해요. 아침이 되면 기분 좋게 일어나서 출근하게 돼요. 백석리에 오길 참 잘한 것 같아요.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어요. 긴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 할까요. 80세 정년까지 일하고 싶어요. 여기 올 때 80세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은 여기 퇴직 후 공부하신다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어요.

올미마을 할머니 캐릭터가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서 보여주면 다들 재미있다고 해요. 할머니들이 일을 시작할 때 건물이 없어서 이곳에 다니는 할머니 큰  집에서 일이 시작했다고 해요. 한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 1년 동안 월급도 안 받았다고 해요. 이곳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은 사명감이 투철하신 것 같아요. 모든 일을 내 것처럼, 내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정갈하게 만들고 일하고 계셔요.  

다양한 농촌 체험활동을 하기 위해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요. 보람된 일도 있고, 체험 후에 손님들이 먹는 점심이 맛있다고 할 때는 너무 좋아요. 손님들 중에는 엄마 맛이란 이야기를 해요. 이곳은 자체적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구매해온 것은 고기뿐이에요. 또 여기 일하시는 할머니들 중에는 직접 농사지은 것을 나누기도 해요. 할머니들의 후덕한 인심이 바로 묻어나지요."

체험단에게 맛있고 영양 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주신 김영자 할머님(76)을 만나보았습니다. 선한 눈빛과 인상이 깊이 인상에 남았던 할머님이었어요. 주방에서 일손을 도우셨는데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던 할머님이었습니다.

"이곳 올미 마을 전통 먹거리 만드는 곳에 온 지는 5년 되었어요. 이곳 마을에 산 지는 15년이 되었고요. 이사 오게 되면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농사를 지었었어요. 한과 만드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손주들 용돈도 주고 그랬어요. 나이 들면 일할 수 없다는 게 보통 사람들 생각인데 이곳에서 늘그막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올미마을에서는 모두가 사장이에요. 이곳에서 번 돈으로 할머니들은 여행도 가기도 해요."

직판장에 진열된 할머니표 먹거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진열장에는 할머니들을 쉽게 이해하고 대표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린 웹툰화와 함께, 음식마다 만드신 할머니 이름이 브랜드였습니다.

 

백석올미마을 귀한 할머님들을 기쁘게 만나고 오는 길에 그 유명한 조청을 구매하여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정성이 가득 담긴 먹거리이기에 두 손도 함께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직접 만드신 올미유과, 올미산자는 200g에 6000원으로 손님들에게 인기도 많았아요. 홀미한과 4호는 매실유과, 매실산자, 참깨유과, 검은깨유과로 구성되었는데 42000원으로, 여기 오신 손님들이 기념품 겸 선물용으로 많이들 사가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33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서 순성 특산물 매실을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성장시킨 할머님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백석 올미 마을이 어엿한 자립형 사회적기업으로, 당진시의 커다란 자랑이 되었습니다. 또 제게는 "할매들의 반란"이라는 유쾌한 이름이 여운이 되어 다시금 찾고 싶은 할매들의 일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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