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사연의 신리성지 아름다운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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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9-10-24 조회 : 274
"어떤 곳인지 알고 그 의미를 새기며 신리성지를 돌아보기를 바라며"


당진에서 인생 사진의 명소로 소문난 곳 중 하나인 신리성지, 어쩌면 이곳은 슬픈사연의 장소입니다. 성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 성지입니다. 아름다운 인생 사진 명소로 그냥 왔다 사진만 찍고 가기보단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그 의미를 새기며 신리성지를 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써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신리성지에 도착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주차장도 규모가 크고 잘 정비되어 있고 평일 낮인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습니다. 제가 도착했던 날은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입니다. 혹시 신리성지 방문 계획이 있다면 꼭 하늘이 아름다운 날 방문하기를 추천합니다.
 

신리성지는 ‘조선의 카타콤베(로마 시대 비밀 교회)’로 불리며 2008년 12월 22일 충청남도 기념물 17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내포 교회의 초기 공소가 있었던 곳으로, 병인박해 때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등이 체포되어 순교한 곳으로 손자손을 비롯한 천주교의 성인 5명이 관련된 유적입니다.
 

사진은 단순히 예쁜 조형물이 아니라 이곳과 관련된 다섯 성인의 경당입니다.

특히나 이곳 주변 당진, 서산, 홍성, 예산 등 충남 북서쪽 평야지대인 내포 지방에는 천주교 성지 등 관련 유적이 많습니다. 이곳 지형의 특성을 잘 알면 왜 이곳에 천주교 관련 유적이 많은지 쉽게 알 수 있답니다.

이유는 바로 내포가 바다붙으로 휘어들어간 부분으로 예로부터 물과 통하는 지역이라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프랑스 사제들은 바닷길을 따라 내포 지역으로 들어왔고 이 지역에 천주교 교리를 널리 퍼트렸습니다. 물론 신자가 많았던 만큼 박해도 컸던 곳이기에 이와 관련 유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도 대부분은 종교 순례를 오신 종교인들이었습니다. 이곳 신리 성지 곳곳을 돌아보며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리성지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병인박해입니다. 병인박해는 흥선 대원군의 명령으로 1866년 시작되어, 흥선 대원군이 실각하는 1873년까지 천주교 박해가 지속되었습니다.

​신리에는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고 있었기에 관련 인물들이 먼저 체포되었습니다. 이웃 교우촌에 있던 프랑스 선교사 오메트르 신부와 위앵 신부가 자수하여 다블뤼와 함께 순교의 길을 갔다. 또한 다블뤼가 거처하던 집주인 손자선[토마스]과 사목 활동을 돕던 황석두[루카]도 체포되었습니다. 이들 중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복사는 1866년 3월 30일 보령 갈매 못에서 순교하였고, 같은 날 손자선은 공주에서 순교하였습니다.

 

이곳은 천주교 순교와 관련된 발자취를 따라 연결된 순례길, 버그내 순례길이 지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버그내 순례길은 합덕성당, 솔뫼성지 등 주요 천주교 유적으로 연결됩니다. 스페인의 순례길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순례길을 걸을 수 있겠네요. 저도 하루 시간을 내어 이 길을 차분히 걸어 보고 싶습니다.
 

신리성지를 돌아보니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다워 논밭에서 한참 시간을 보냅니다. 추수를 마친 논, 한창 황금빛으로 빛나는 논이 함께 있으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사진에 많이 나오는 저 공간은 바로 순교 미술관입니다. 일랑 이종상 화백이 재능기부를 통해 3년간 작업해 교회에 봉헌한 신리 성인 5분의 영정화와 순교 기록화 13점이 있습니다.
 

미술관 1층 벽에 담쟁이덩굴이 가을빛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한눈에 이곳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신리성지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 계절 사람들이 살아가는 논밭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황금빛 들판이 아름다워 자꾸만 사진을 찍게 됩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꼭 이곳으로 올라와 한번 내려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사연이 있는 신리성지를 돌아보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처음에는 여기 풍경이 이쁘니 인생 사진을 남겨야겠다 생각하고 왔는데 이곳을 돌아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곳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곳을 돌아보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종교를 떠나 이곳 신리성지를 찾는다면 이곳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돌아보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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